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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3] 퇴사 후, 한 달을 되돌아보며
    핵인싸 개발자의 길/Life Log 2020. 8. 13. 20:01

     

    트레바리를 퇴사한 지 어느덧 한 달 남짓이 되었다.

    사실 한 달만 더 채우고 8월에 퇴사를 했다면, 입사 1년을 채워서 한 달치 월급인 퇴직금과 새로 주어질 1년 치 연차를 돈으로 환산 받음으로써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생활비를 보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 퇴사 얘기를 하면 무조건 '한 달만 더 채우지...'라는 말을 꼭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많은 돈을 포기한 채 입사 11개월만 채우고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그 몇 백만 원어치의 돈보다 더 값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최종 결정을 하기까지, 그 당시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정말 적지 않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돈은 내 인생에 언제든 벌 수 있는 금액이었고, 시간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나 퇴사 후 주어질 이 '타이밍'이 내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꾸게 될 기회라면 내가 포기해야 할 금액이 천만 원이었어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겨우 1분, 1초의 차이로 인해 몇 시간을 허무하게 날리는 경험을 나는 참 많이 해봤고, 심하게는 하루의 계획이 모두 바뀌어 버릴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다음 날에도 모두 영향을 끼쳤으며, 이는 내 인생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나는 내 시간을 매우 소중히 하고, 시간에 무척 예민한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백만 원어치의 시간을 보낸 뒤의 현재.
    비싸게 주고 산 한 달이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돌이켜보며 앞으로 내가 나아갈 방향을 다시금 조정해보려고 한다.

     

    1.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을 제주도에서 만들고 오다.

    우선 퇴사하자마자 서울을 바로 벗어나 아무 계획없이 제주도로 떠났다. 

    장마철에 비바람이 불어 내내 비를 맞으면서도 해변을 걷고 또 걷고 계속 걸으면서 자연에 빠져 보냈다. 평소 걸으면서 머릿속으로 별의별 상상(그리고 망상..)을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여서 이번 여행으로 실컷 잡생각에 빠지면서 재 충전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재밌었던 것은 사람이 닿지 않은 곳에 참 많이 다녔던 것이다. 그 넓은 용머리 해안 바다와 넓은 초원에 자욱한 안개가 잔뜩 낀 송악산에서 사람 한 명 보이지 않고 오로지 홀로 있는 것이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다.

    날이 져 어두컴컴해지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며 도착한 버스는, 마치 나를 안전한 베이스캠프로 데려가기 위해 구출하러 온 구조대 같은 느낌이었다.

    자기 전 숙소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랑 책을 보면서 스트레스 하나 없이 시간을 보내며, 말 그대로 책, 음악, 자연으로 가득 채운 시간이었다.

    이전까지의 제주도 여행뿐 아니라 지금껏 떠난 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2.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드는 경험을 하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특정 요소 한 가지를 작은 원리 하나하나까지 파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한 액션에 기대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최근에는 '이게 왜 그렇게 되지?'라고 더 깊게 생각하고 확인해보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렇지만 '깊게 파고들어본 경험'은 아직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브라우저'라는 요소를 통해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어중간한 개념과 정의를 넘어서서, 동작원리 하나하나를 직접 전부 찾아보며 이해를 해보려 했다. 자료를 찾는 것은 물론, 그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수준임을 느꼈다.

    아쉽게도 수학적 원리가 나오는 부분부터는 내 역량에서 벗어난 부분이여서... 그 이상 파고들 수는 없었지만, 그 전 과정까지 직접 하나하나 파악하고 블로그로 정리를 했다.

    더불어, 코드스테이츠에서 진행한 온라인 기술 세미나를 통해, '브라우저는 어떻게 동작하는가' 라는 주제로 많은 개발자들 앞에서 직접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온전히 브라우저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나의 것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브라우저에 대한 깊은 지식을 습득하게 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들어 본 것은 나에게 무척 귀중한 경험이었다.

     

    3. 내가 하고 싶은 개발에 시간을 쏟다.

    특정 서비스에 기여하는 개발이 아닌,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기획한 아이디어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요즘 크롬 브라우저 내에서라면 그 무엇이든 간에 하고 싶은 대로 전부 할 수 있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인 '크롬 익스텐션'에 푹 빠져있다.

    그래서 이 '크롬 익스텐션'을 이용해서 나의 개발 욕구만 채울 뿐 아니라 많은 크롬 유저들에게 의미있는 개발을 해보자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시작된 '세상의 불편함을 크롬 익스텐션 개발로 풀어보자' 프로젝트가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총 3개의 시리즈 중, 딱 어제 첫 번째 작품 하나를 마무리하였고, 두 번째 작품은 현재 50% 정도가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세 번째 작품까지 완료가 되면, 해당 프로젝트와 작품들을 소개하는 블로깅을 따로 할 예정이다. (SNS로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4. 실력 있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기본기를 다시 잡다.

    지금껏 서비스의 기능만 주구장창 구현하느라 CS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알고리즘에 대한 감을 많이 잃었고, 내가 이러한 부분들을 다시 공부하는게 옳은 것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학교를 졸업한 뒤 운영체제나 네트워크가 같은 지식은 이미 내 머릿 속을 떠난지 오래였지만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다시 공부하는 것이 시간 아까운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이러한 글을 읽게 되었다.

     

    [ 운영체제를 알아야 한다. ]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은 운영체제를 모른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학부에서 잠시 운영체제 이론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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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존재하는 모든 소프트웨어 중 성능적으로 가장 최적화가 잘 되어있고 가장 수준이 높은 것은 운영체제이며, 이를 안다면 우리가 운영체제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인해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실력있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항상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이 글을 통해 좋은 코드와 좋은 기능은 기본기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강력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백수 생활을 하는 동안 운영체제 뿐 아니라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자료구조를 다시 공부하고, 알고리즘 문제를 하루에 적어도 하나씩 풀면서 다시금 감을 익혀가는 중이다.

     

     

    앞으로의 나의 계획

    우선 당분간 취업 생각은 없다. 수입이 없다고 조급할 생각도 없다.

    아직은 내가 하고싶은 개발에 시간을 쏟고 기본기를 튼튼히 다지면서,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가' '나는 어떤 회사, 어떤 동료들과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꾸준히 생각해보며 계획을 세울 것이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취업과 당장의 돈벌이'라는 당장 눈 앞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내 스스로가 준비가 될 때까지 천천히 기다릴 것이다.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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