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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7] 노르웨이의 숲 - 충분히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풀어 나가며.경험치 쌓기/독서여행 2019. 10. 27. 15:17
독일 공항, 착륙하며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듣게 되는 서른일곱의 와타나베. 자신의 인생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학창 시절을 회상하게 되며 이 책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17살 기즈키의 알 수 없는 죽음이 이 이야기의 시초가 된 것일 수도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죽음으로 절망에 빠진 와타나베와 나오코. 그 둘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보려고 한다.
나오코도 살아있는 삶을 선택해보고자, 그리고 와타나베와의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요양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불안정한 상태일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깨끗해진 상태로 만날 것', 즉 죽은 기즈키에 대한 마음의 덩어리를 완전히 떨쳐낸 후 와타나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그를 거부한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죽은 기즈키를 선택하며 자살을.... 왜?
나오코에게 기즈키라는 인물이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겠으나, 그러한 전개가 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부분 때문인지... 나오코라는 캐릭터에게는 많이 몰입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에 반해,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보며 느끼는 여러 감정을 문장으로 잘 묘사하여, 나오코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확실히 느끼게 해 준 것 같다.
초반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연애 스토리와 같이 느껴졌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 주위에 매력적인 여러 여자들이 꼬이게 되고, 심지어 여러 여자들과 잠자리를 하는 모습들도 보여준다.
그러다가 중반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하나 평범한 성격, 평범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니, 왠지 각 인물의 특성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삶 속에서 깨닫는 내적 요소, 살아가는 방식 등을 내게 보여주듯이 와타나베에게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충고를 하기도 한다.
각자의 개성과 철칙,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 등.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과 실제로 함께 지낸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 의외로 좋았던 장면은, 와타나베가 주말에 혼자 빨래하고 밖을 돌아다니고, 편지를 쓰고, 책을 읽는 하루를 보내는 장면이다.
그냥 하루를 평범하게 보내는 모습이지만, 이 책에서 그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나의 기분을 차분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죽은 나오코를 위해 와타나베와 레이코 둘이서 '쓸쓸하지 않은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고, 감정이 몰입되었다.
무려 쉰 한곡의 기타 연주를 하며 성냥에 불을 붙인다. 짧지 않은 그 시간 동안 둘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넓고 깊었던 마음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내는 과정이었을까.
PS. 와타나베가 엄청나게 좋아한 책 '위대한 개츠비'를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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